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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유효기간

상어인간 2022. 5. 3.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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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는 아니지만 2년정도 이어오던 연애를 끝냈다. 동거를 했기 때문에 정리하는건 힘들었지만 역시 이혼보다는 쉽다. 그래서 더 망한 것 같다. 인간은 경험에 의거하여 판단을 내리는데 나는 판단의 기준에 '이혼' 이 생겨버렸고, 당연히 혼인관계가 아닌 상태의 결별은 이혼보다 쉽다. 서류를 정리할 필요도, 법원에 갈 필요도, 재산을 나눌 필요도 없다.

 

사랑이라고 느끼는 감정들은 일시적인 호르몬 분비결과와 화학 작용으로 부터 기인한다. 시간이 지나 이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면 대뇌에 항체가 생성되어 더 이상 화학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의 유효기간 약 18개월. 1년 반의 시간이다.

 

나는 최장 연애(무려 결혼생활 포함)가 2년~2년 반을 넘기지 못한다. 역시 사랑의 유효기간은 1년 반 이라는 연구결과가 맞다. 남들은 3년이고 4년이고 오래 만나는데 왜 나는 오래 만나는게 힘들지. 누군가는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오래오래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맞는지도 모른다. 그 '딱! 맞는 사람'이 나와 같이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맞는 이야기다.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1년 반이 지나 호르몬 버프가 사라지면 그 때 부터 진정한 노력의 시작이다. 그 때 쯤 되면 서로 너무에게 익숙해진다. 서로의 루틴도 알고, 어떤 포인트에서 화가나고 또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안다. 연인과 가보고 싶던 핫스팟도 이미 죄 훑은지 오래다. 시간이 섹스의 판타지 까지 앗아간다.

 

호르몬 버프가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버프가 없어도 끝내기에는 너무 소중한 관계여서, 익숙한건 편하기 때문에 그 편함을 계속 누리기 위해서?

 

아직까지 나는 줄다리기를 좋아한다. 이성에게 확 끌릴 때 그 도파민은 짜릿하다. 내가 욕망하는 대상이 반대로 나를 욕망할 때 역시 그 처음이 생생할 정도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감을 확인하고 얽혀있던 감정들을 토해내고 그 결을 따라 그대로 섹스로 까지 이어지는 그 모든 줄다리기들을 사랑한다.

 

모든 로맨스장르에서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순간은 주인공들의 첫 키스 순간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나의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음을 인지하고, 앞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당신은 일년 반의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라고 고지라도 해야하는걸까? 연장의 옵션은 도대체 뭐가 있을지 생각도 안난다. 안정감, 편안함, 신뢰, 언제나 서로를 지지하는 특별한 관계. 이런 감정들이 부모가 아닌 타인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아직까지 내가 저런 감정을 느낀건 나와 내 동물친구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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